AI는 누구의 편인가? 빅테크와 데이터 독점의 진짜 문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영화 속 상상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 속 음성비서, 유튜브의 추천 영상, SNS 알고리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누구나 AI를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존재한다.
“이 AI는 누구의 편인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AI는 소수의 거대 기술기업, 이른바 빅테크(Big Tech)에 의해 개발되고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 막대한 투자 자본을 바탕으로 AI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같이 AI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에 대한 소유권이나 통제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AI 기술의 발전 이면에 숨어 있는 데이터 독점 문제와 공정한 기술 사용의 권리에 대해 다루어본다.

AI가 우리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준비와 질문을 가져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우리는 정말 AI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가?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놀라운 혜택을 안겨준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고객 서비스를 자동화하며, 자동차를 스스로 운전하게 만들고, 음악과 그림을 창작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놓친다.

이 엄청난 AI 기술을 누가 만들고, 누가 소유하고, 누가 통제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AI는 중립적인 기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자’, 즉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존재한다.

오늘날 AI 시대는 단지 기술의 시대가 아니라, 데이터 권력의 시대이기도 하다.


2-1.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기술이다
AI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량의 데이터를 입력받아 패턴을 학습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이나 생성 작업을 수행한다.

즉, AI는 데이터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데이터의 양과 질이 곧 AI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어디에서 오는가이다.
검색기록, SNS 게시물, 유튜브 댓글, 이메일, 상품 후기, GPS 기록 등
수많은 사람들의 온라인 흔적이 바로 AI의 학습 재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있을까?
답은 명확하다.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텐센트 같은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다.

2-2. 데이터 독점은 AI 독점을 낳는다
많은 사람들이 ChatGPT나 Gemini, Claude 같은 AI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거대한 클라우드 자원과 독점적인 데이터 기반 위에 구축된 서비스이다.

소수의 기업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고, 더 강력한 연산 능력을 보유하며,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그 결과, AI 기술은 이들 기업의 손안에서 점점 더 집중되고 있다.

 

 

 

 

 

데이터를 독점하면 다음 세 가지를 독점하게 된다:

기술의 발전 방향
→ 어떤 언어를 우선 학습할지, 어떤 문화권의 콘텐츠를 우선 생성할지를 결정한다.

경제적 이익
→ AI 모델이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는 우리 모두의 것이지만,
이를 활용해 얻는 수익은 소수 기업의 수중에만 들어간다.

정보의 권력
→ 빅테크는 AI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소비 성향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2-3. 우리는 AI에 데이터를 주고도, 주인 노릇을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AI 모델을 ‘무료로’ 쓰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질문, 문장, 이미지, 음성, 검색 행동 등 수많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데이터는 곧 AI의 연료가 되며, 기업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AI에 대한 소유권도, 통제권도 없다.
AI가 만든 결과가 불공정하거나 부적절할 때도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2-4. 데이터 주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주권이란,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에 대해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 그 이상이다.
AI 시대에는 내가 만든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고, 누구의 이익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발언권을 갖는 것이 중요해졌다.

유럽연합은 이를 바탕으로 ‘AI법’과 함께 ‘데이터법’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 공유를 강제하면서도, 사용자에게는 데이터 사용 동의 및 회수 권한을 부여하고, 공공 목적을 위한 데이터 협력 시스템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3.AI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AI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며,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진정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되려면 AI의 설계와 활용 과정에 있어 공정성, 투명성, 분산된 통제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AI가 소수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면, 그 기술은 결국 다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수를 위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제 단순한 사용자에서 벗어나, AI 시대의 시민으로서 ‘데이터 주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기술에 대한 감시와 참여를 통해 함께 방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AI는 인간을 도와주는 도구이지, 인간을 대체하거나 지배할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묻자.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쓰고 있는 AI는 과연 누구의 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