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
뉴스를 읽고, 영상을 보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본다.
모두가 다양한 세상을 접하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거품 속에 갇혀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만 골라 보여주고,
우리는 점점 '필터버블(filter bubble)' 안에 머물게 된다.
편리하고 익숙하지만, 이 거품은 점점 우리를 고립시킨다.
오늘은 이 작은 거품을 어떻게 깨고, 진짜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필터버블이란 무엇인가?
필터버블이란, 인터넷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검색 기록, 클릭 패턴, 관심사를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을 말한다.
2011년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제시한 이 개념은 오늘날 훨씬 더 강력하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진보 성향 뉴스를 자주 클릭한 사람에게는 진보적인 뉴스만,
다이어트 운동 영상을 많이 본 사람에게는 운동 영상만 끝없이 추천된다.
이렇게 필터버블은 점점 '내가 보고 싶은 세상'만 남기고,
'알아야 할 세상'은 지워버린다.
필터버블이 만들어지는 이유
필터버블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강력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하고 있다.
1. 알고리즘 최적화
인터넷 플랫폼들은 사용자가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클릭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하고, 가장 반응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준다.
결국, '사용자 맞춤'이라는 이름 아래, 비슷한 정보만 반복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예시:
유튜브는 시청자가 끝까지 볼 가능성이 높은 영상을 추천하고,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좋아할 확률이 높은 작품만 먼저 보여준다.
2. 광고 수익 극대화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은 광고 수익에 의존한다.
사용자가 더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내용만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 이익이 된다.
예시:
쇼핑몰에서 한 번 가방을 검색하면, 이후로 온갖 가방 광고가 인터넷 곳곳에 따라붙는다.
이것은 사용자의 구매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3. 사용자 만족 극대화
사용자는 자신이 관심 없는 정보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불편하거나 지루해할 콘텐츠를 피하고,
최대한 만족스러운 경험만 제공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은 자연스럽게 걸러지고, 유사한 정보만 남는다.
예시:
SNS에서는 내 취향과 비슷한 친구들의 글과 영상만 타임라인에 뜬다.
반대 의견은 점점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이처럼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이익보다는
플랫폼의 수익과 사용자 체류 시간을 우선으로 최적화된다.
그 결과, 우리는 의도치 않게 필터버블에 갇히게 된다.
필터버블의 위험성
1. 다양한 관점의 소멸
필터버블은 다른 시각을 볼 기회를 앗아간다.
세상을 보는 눈은 점점 좁아지고, 단편적 사고에 갇히게 된다.
예시:
환경보호 뉴스를 읽던 A씨는 "모든 사람이 환경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지만,
다른 입장과 현실적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2. 극단화와 분열
자신과 비슷한 생각만 강화되면서 사회는 점점 양극화된다.
서로 다른 집단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적대하게 된다.
예시: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에게 정치 성향에 맞는 기사만 추천해,
결국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
3. 가짜뉴스 확산
자극적이고 편향된 정보가 반복 노출되면서,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퍼진다.
예시:
코로나19와 관련해 '5G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허위 정보가 필터버블 속에서 확산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통신탑을 파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4. 창의성과 학습 능력 저하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접하지 못하면 창의성은 자랄 수 없다.
예시:
디자인 전공 학생 B양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트렌디한 스타일만 접하며,
결국 독창성을 잃고 말았다.
5. 개인 성장 정체
다른 경험과 충돌 없이 편안함만 추구하면, 개인은 성장할 수 없다.
예시:
직장인 C씨는 익숙한 분야만 소비하면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처지게 되었다.
나의 과잉: "나만의 세상"에 빠지다
필터버블은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과도하게 구성한다.
나의 관심사, 나의 가치관, 나의 정치성향이 끝없이 강화된다.
예시:
SNS를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의 글만 타임라인에 가득하다.
추천 뉴스도, 광고도, 영상도 모두 내 취향에 맞춘 것이다.
나는 점점 "나"만 경험하고, "나"를 과장된 형태로 소비하게 된다.
'나의 과잉'은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과잉은 결국, 더 큰 고립을 초래한다.
나의 소외: 다른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다
필터버블 속에서 우리는 점점 다른 세상과 멀어진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약해진다.
예시: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글을 보았을 때, 이해하려 하기보다 거부감부터 들게 된다.
심지어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부정하고 싶어진다.
'나의 소외'는 나와 다른 세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세상과의 연결을 끊어버린다.
결국, 나는 작은 섬에 혼자 남게 된다.
필터버블을 깨는 일상 속 실천법 5가지
1. 반대 의견을 일부러 찾아본다
의도적으로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뉴스나 글을 읽는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시야를 넓히는 첫걸음이다.
2. 새로운 키워드로 검색해본다
늘 같은 주제만 검색하지 말고,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해본다.
예시:
'여행' 대신 '우주탐사', '예술치료' 같은 주제를 검색해본다.
3. 추천 대신 직접 고른다
플랫폼이 추천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내가 주제를 설정하고 직접 찾아본다.
4.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온라인 속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지 않고, 다양한 연령, 직업, 배경의 사람들과 교류한다.
예시:
독서모임, 지역봉사, 전시회 등 다양한 현장에 참여해본다.
5. 다양한 언어와 매체를 접한다
국내 매체뿐 아니라 해외 뉴스, 다양한 언어의 정보를 접해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훨씬 넓어진다.
필터버블은 보이지 않지만 강력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그 벽은 깨질 수 있다.
'나의 과잉'을 줄이고, '나의 소외'를 극복하려면,
의도적으로 다른 세상과 마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하고 익숙한 정보에만 머물지 않고,
조금 불편하고 낯선 것들을 찾아 나설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넓은 세상과 만날 수 있다.
당신의 세상은 얼마나 넓은가?
오늘, 작은 도전을 시작해보자.
"우리가 선택하는 정보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다.
이제, 조금 더 넓고 다채로운 세상을 선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