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날

6월 1일, 의병의 날은 왜 만들어졌을까?

아침빛오늘 2025. 6. 2. 17:45

 


6월 1일, 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이름들을 기억해야 한다. 총칼이 없던 시절, 백성의 손에 들린 곡괭이와 몽둥이가 나라를 지켰다. 그것이 의병이었다.

나라가 무너지던 날, 무너진 것은 체제였지 정신은 아니었다. 

일본의 침탈에 분노한 민중이 스스로 무기를 들고 나섰던 그때, 국가보다 앞서 존재한 건 민중의 ‘자발적 정의감’이었다.

의병의 날은 단순히 전투의 흔적을 기리는 날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부재한 시기에 백성이 국가가 되었던 날을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공동체를 지키는 작은 의병정신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누군가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앞장선다. 바로 오늘, 우리 일상 속에서 이어져야 할 ‘의병의 마음’이다.

이번 글에서는 의병의 날이 왜 제정되었는지,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그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의병의 날은 어떤 날인가
의병의 날은 1905년 6월 1일, 을사늑약 체결 이후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날을 기념하여 제정되었다. 

당시 경북 상주의 양반 유생 민종식은 을사오적에 대한 분노와 조선의 자주권 상실에 항거하며 최초의 항일 의병을 조직했다.

국권이 침탈당하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의병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라가 지켜주지 못하는 백성을, 백성이 나서서 지킨다는 각오로 싸웠다. 

그 시작이 바로 1905년 6월 1일이었기에, 이날은 단순한 전투의 시작이 아니라 국권 회복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날로 상징된다.

2005년 을사늑약 100주년을 맞아 그 상징성을 재조명하면서, 2010년 국가보훈처는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였다. 

‘의병의 날’은 매년 6월 1일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 교육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상영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왜 만들어졌는가 
의병은 단순히 무기를 든 무장이 아니다. 

국가가 무너진 자리에 백성들이 일어섰던 역사 그 자체이다. 대한제국 말기, 국왕은 무력했고 정부는 일본의 압박에 굴복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양반 유생, 농민, 상인, 승려에 이르기까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난 이들이 바로 의병이었다. 

국방이 해체된 가운데 민간이 국방을 대신한 것이고, 백성이 곧 나라가 되었던 순간이기도 하다.

의병은 민주주의 이전의 민주정신, 시민의식 이전의 공동체적 정의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전쟁과 제국주의에 맞선 물리적 저항을 넘어, 사상적 저항, 문화적 저항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의병의 정신은 곧 “국가는 없어도, 정의는 살아있다”는 선언이었다.

의병의 역사는 갑오의병, 을미의병, 정미의병 등으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의병장이 대부분 유생과 지방 유력자였고, 전투 방식은 유격전 중심이었다. 
일본군의 조직적 진압에 맞서면서도 그들은 전술을 발전시키고, 지역 공동체 중심의 전쟁 지속력을 갖췄다.

1895년 을미사변 이후 단발령에 반발하여 을미의병이 일어났고,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에는 본격적인 을사의병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으며,
1907년 고종 강제 퇴위와 군대 해산 이후에는 정미의병이 조직화된 저항의 정점을 찍는다.

특히 정미의병은 군 출신 인물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무장력과 전략 면에서 질적 성장을 이루었고, 이는 곧 후일 3·1운동, 독립군 활동, 광복군 창설로 이어지는 흐름의 초석이 된다.

하지만 역사는 이들을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았다. 의병은 한때 ‘폭도’로 불렸고, 제대로 된 국가적 예우를 받지 못했다. 

해방 이후에조차 그 명예 회복은 더뎠다.
그런 의미에서 의병의 날 제정은 단지 역사 기념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의의 복원이었다.

 



의병의 날은 단순히 “싸운 날”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로 결정한 마음”을 기억하는 날이다.
의병은 군인이 아니었지만 군인보다 강한 신념과 용기를 가졌고, 무기보다 강한 민중의 연대를 믿었다. 
그런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전선은 어디인가?”
“오늘 우리 삶에서 의병정신이 발현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단지 역사학자의 몫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불의에 맞서는 양심, 공동체의 아픔에 응답하는 연대, 일상 속에서 자주권을 지켜내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
이 모든 것이 의병정신의 현대적 계승이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는 **“국가가 지켜주지 않을 때, 우리는 서로를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가장 절실하다. 

기념일은 기념에 그쳐선 안 된다. 기념은 실천으로 완성된다.

앞으로 우리가 고취해야 할 것들은

1. 의병의 역사에 대한 교육 강화
단순한 국사 교과의 한 단원이 아니라, 자발적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의 뿌리로서 의병을 가르쳐야 한다.

2. 지방 중심, 민중 중심의 역사 복원
중앙 정권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의 자발성과 연대를 조명해야 한다.

3. 의병정신의 현대적 실천 방안 마련
봉사, 공익 활동, 지역 커뮤니티 참여 등을 통해 민중 스스로가 공동체를 지킨다는 의식을 생활화해야 한다.

4. 기록과 기억의 문화화
다큐,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의병의 삶과 정신을 널리 알리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어야 한다.

민중이 나라였다, 지금도 그렇다
의병의 날은 과거를 추모하는 날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날이다. 

의병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특별한 선택을 한 역사적 존재였다.
그들의 용기는 평범한 우리가 비범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한다.

의병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도 누군가는 약자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 조용한 전장을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응원해야 하며, 때론 우리 자신이 의병이 되어야 한다.

“나라가 없다고 백성이 사라지지 않았다.
백성이 있었기에 나라가 되살아났다.
그리고 오늘, 그 정신이 우리를 다시 일으킨다.”

오늘 하루만큼은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 의병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